Info./Pastor's Column

번아웃이 느껴지다

YKCC 2022. 2. 26. 14:14

요즘 의욕이 없고 예전보다 열정이 많이 식은 느낌이 들어서 번아웃 증후군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다행히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오긴 합니다. 그런데 그 테스트의 질문 중에서 몇가지는 100% 저에게 해당되는 내용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힘들게 느껴진다.

대체로 모든 일에 의욕이 없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주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느낀다.

자주 한계를 느낀다.

이유없이 슬퍼진다.

일이 재미없다.

 

위의 내용들이 저에게 해당되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2017년에 캐나다에 와서 교회를 개척하고 섬긴지 6년차가 되었습니다. 중간에 코로나 상황이 생겼고 무려 2년의 시간을 제대로 된 사역 한 번 못해보고 그냥 버티기만 했습니다. 제가 살고있는 캐나다는 이제는 거의 코로나가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거의 제한없이 평소처럼 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다시 뭔가를 열정적으로 시작해야겠구나!?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예전과는 다르게 쉽게 이 열정이 사라져버리고, 어차피 안될거라는 부정적인 마음과 함께 기대가 사라져 버립니다. 아마 이대로 방치하고 그대로 힘없이 지낸다면 점점 더 번아웃이 심해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 신기한 것이 어떤 것을 해도 재미가 없습니다. 그냥 다 별로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거의 2년을 제대로 된 목회를 못하면서 쉬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제 마음과 육체는 너무도 지쳐있음을 느낍니다. 목회자가 열심히 열정을 다해서 목회를 해야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몰려오기도 합니다. 내 잘못이 아닌데, 어쩔 수 없었던 것인데도 계속해서 불편하고 자책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부터 복음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복음에만 집중하고 복음으로 회복되도록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시간을 의지적으로 늘리려고 합니다. 24살때 처음 교육전도사로 교회사역을 시작해서 벌써 16년을 목회자로 살았습니다. 때로는 지겹다는 생각도 들고,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때로는 쉬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그러나 이 16년의 목회를 하는 동안 수 많은 위기와 어려움과 번아웃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다시 복음에 집중하며 회복되는 기적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복음을 신뢰하고 내 삶 전체를 맡겨보려고 합니다. 그동안 참 분주했습니다. 교회를 안정시키려고, 성장시키려고 복음 앞에 씨름하기 보다는 그저 주어진 일들을 해내고 새로운 사역과 행사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습니다. 결과는 번아웃이었습니다.

 

내가 왜 번아웃에 빠지게 된 것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다시 복음에 집중하라고 저에게 번아웃이라는 사인을 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왜 복음을 신뢰하지 못하고 그토록 분주하게 이것저것 하기만 했을까.. 이제서야 깨달아집니다.

 

괜찮습니다. 복음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회복시킬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하나님의 은혜와 일하심의 한복판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