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o./Pastor's Column

번아웃과 휴식

YKCC 2018. 6. 1. 10:48

10년 이상을 목회자로 살면서, 편안하게 쉬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휴가는 1년에 평균 5일정도 였습니다. 1주일은 쉬더라도 일요일을 빼고 쉴 수는 없었습니다. 쉬면서도 사역준비를 해야만 했습니다. 한번은 필리핀으로 가족휴가를 가서 아내와 아들이 잠들고나서 혼자 밖에서 노트북을 꺼내어 설교준비를 했던 기억도 납니다. 어디서 어떻게 배우고 터득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목회자는 쉬면 안된다고, 많이 쉬면 성도님들이 싫어한다고 제 몸과 마음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에 왔습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캐나다 감리교회의 목사가 되기위한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이제 거의 다 되어갑니다. 준비를 하던 과정중에 이 교단과 교회에서 목회자에게 제공하는 여러가지 복리후생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1년에 휴식이 평균 5주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한번에 5주를 쉴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1주일을 쉬더라도 일~토 이런 일정으로 쉬게되며, 주일사역을 쉴 수 있습니다. 저는 너무 놀라서 어떻게 휴가가 이렇게 길 수가 있냐? 무엇을 근거로 이렇게 하는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목회자는 충분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쉬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거의 1년 만에 바로 지금 이순간 3박 4일간 집에서 3시간 떨어진 지역으로 출장을 나와있습니다. 목회자 세미나에 참석하는 중입니다. 감사하게도 저희 교회의 개척을 도와주는 캐나다 현지교회의 지원을 받아, 세미나 비용, 숙소비용, 그리고 모든 식사도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난생처음 쾌적한 공간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도착하자마자 집 정리를 하고, 샤워를 한 후 커다란 킹사이즈 침대에 누워서 낮잠을 잤습니다. 심지어 매트리스가 메모리 폼입니다 ㅎㅎ 2시간 쯤 자고 일어나서 근처에 있는 쇼핑몰에 구경하러 갔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이번에는 집 근처의 아름다운 공원을 거닐며 산책을 했습니다. 다시 숙소에 들어와서는 라디오스타를 보며 실컷 웃었습니다.

 

그리고 교회 홈페이지에 저만의 생각들을 정리하며 올리고 있는 중입니다.(최근에 오랜기간 동안 글을 적을 생각도 못했습니다.)

 

이것이 휴식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아웃은 인간이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사람은 쉬지 못하면 무기력해지고, 열정이 사라집니다. 번아웃이 무서운 것은 쉬어도 쉰 것처럼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번아웃이 되기 전에 충분히 지속적으로 쉬어주어야 합니다.

 

나중에 저희교회가 자립도 하고 부교역자도 둘 수 있는 교회가 된다면, 저는 안되더라도 후배들은 1년에 5주씩 휴가 가라고 할 것입니다. 목회자는 충분히 쉴 때, 더 능력있고 파워있고, 열정있는 설교와 사역의 내용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게 부르심 받았기 때문입니다.

 

4일간 푹 쉬다 갈 것입니다. 영어로 진행되는 세미나가 얼마나 들리지 의문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