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o./Pastor's Column

삶과 죽음

YKCC 2017. 12. 20. 00:39

다음은 샤이니 종현의 유서전문 입니다.

 

난 속에서부터 고장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날 미워했다. 끊기는 기억을 붙들고 아무리 정신차리라고 소리쳐봐도 답은 없었다.

막히는 숨을 틔어줄 수 없다면 차라리 멈추는게 나아.  날 책임질 수 있는건 누구인지 물었다.

너뿐이야. 난 오롯이 혼자였다.

끝낸다는 말은 쉽다. 끝내기는 어렵다.

그 어려움에 여지껏 살았다.  도망치고 싶은거라 했다.  맞아. 난 도망치고 싶었어.  나에게서.  너에게서.

거기 누구냐고 물었다. 나라고 했다. 또 나라고 했다. 그리고 또 나라고했다.

왜 자꾸만 기억을 잃냐 했다. 성격 탓이란다. 그렇군요. 결국엔 다 내탓이군요.

눈치채주길 바랬지만 아무도 몰랐다. 날 만난적 없으니 내가 있는지도 모르는게 당연해.

왜 사느냐 물었다. 그냥. 그냥. 다들 그냥 산단다. 왜 죽으냐 물으면 지쳤다 하겠다.

시달리고 고민했다. 지겨운 통증들을 환희로 바꾸는 법은 배운 적도 없었다. 통증은 통증일 뿐이다. 그러지 말라고 날 다그쳤다.

왜요? 난 왜 내 마음대로 끝도 못맺게 해요? 왜 아픈지를 찾으라 했다.

너무 잘 알고있다. 난 나 때문에 아프다. 전부 다 내 탓이고 내가 못나서야.

선생님 이말이 듣고싶었나요? 아뇨. 난 잘못한게 없어요. 

조근한 목소리로 내성격을 탓할때 의사 참 쉽다 생각했다.

왜 이렇게까지 아픈지 신기한 노릇이다. 나보다 힘든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나보다 약한 사람들도 잘만 살던데. 아닌가보다.

살아있는 사람 중에 나보다 힘든 사람은 없고 나보다 약한 사람은 없다. 그래도 살으라고 했다.

왜 그래야하는지 수백번 물어봐도 날위해서는 아니다. 널위해서다. 날 위하고 싶었다. 제발 모르는 소리 좀 하지 말아요.

왜 힘든지를 찾으라니. 몇번이나 얘기해 줬잖아. 왜 내가 힘든지. 그걸로는 이만큼 힘들면 안돼는거야? 더 구체적인 드라마가 있어야 하는거야?

좀 더 사연이 있었으면 하는 거야? 이미 이야기했잖아. 혹시 흘려들은 거 아니야? 이겨낼 수있는건 흉터로 남지 않아.

세상과 부딪히는 건 내 몫이 아니었나봐.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나봐. 

다 그래서 힘든 거더라. 부딪혀서, 알려져서 힘들더라. 왜 그걸 택했을까. 웃긴 일이다.

지금껏 버티고 있었던게 용하지. 무슨 말을 더해.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수고했어. 정말 고생했어.

 

 

 

평소에 음악을 좋아하던 저는 샤이니 종현이 얼마나 탁월하고 훌륭한 아티스트인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우리가 들으면 알만한 많은 노래들을 만들었던 사람이었습니다. 방송에서 비춰진 그의 모습은 참 밝고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로 저의 마음을 시원케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얼마나 많은 내면의 아픔과 번민이 있었는지.. 참 마음이 아픕니다. 동료들,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 마저도 그의 내면의 깊은 문제들을 도와줄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충격적이고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을 기사로 접하면서.. 사람의 인생사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샤이니 종현은 누가봐도 남부럽지 않을만큼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니 세계가 인정하는 한류스타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위치와 자리를 가지기 위해 발버둥칩니다. 영어를 공부하고 유학을 다녀오며, 자기 분야에서 수도 없는 연습과 트레이닝을 거쳐도 종현과 같은 위치의 사람이 되기는 거의 불가능 합니다. 그만큼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과 노력은 대단한 것입니다. 누구도 우연하게 인정받는 자리에 올라갈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의 삶과 죽음을 보면서.. 인간에게 인정받고 박수받는 그런 자리가 늘 행복한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몸부림을 치며 그 자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허무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히말라야'의 한 배우가 했던 대사가 떠오릅니다. "사람이 없으면 산이 무슨 소용이야." 정말 맞는 말입니다. 우리는 산에 올라서 유명해지는 업적보다 우리 자신이, 사람이 더욱 소중하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종현은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전진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목표를 하나하나 이루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영혼이 소진되고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을 것입니다.

 

기독교에서는 자살을 절대 해서는 안되는 용서받지 못하는 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 사람의 팬으로서 종현에게 참 수고했다고, 홀로 힘든 시간을 견디느라 얼마나 힘들었냐고 이야기 해주고 싶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아픔을 공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사람들은 나름의 사연과 아픔이 있습니다.

우리는 조금도 상대의 한숨과 그의 아픔의 깊이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입을 인정해야 합니다.

 

 

또 어디에선가 종현과 같은 고민과 아픔으로 홀로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조용히 기도하는 이 밤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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