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o./Pastor's Column

나를 부르신 주의 뜻대로 살아가리라.

YKCC 2023. 1. 10. 14:44

그런 생각을 수도 없이 많이 해봤습니다. 내가 목사가 아니라 그냥 성도로서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 교회에서 신앙생활 하며 하나님을 예배했더라면 어땠을까? 나는 여전히 하나님께 꼭 붙어있고 하나님을 갈망하며 살아갔을까? 아마 나는 이미 하나님을 떠나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나를 목사로 부르셔서 하나님을 증거하며 살아가도록 하셨기 때문이다. 내가 하나님께서 부르신 이 자리에서 도망쳤다면 나는 100% 하나님과 멀어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목사로 살아가는 것이 참 힘들 때가 많다. 목회를 하며 교회를 섬기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크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경험하면서도 내가 언제까지 목사를 해야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내가 이 부르신 자리에서 도망가면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는 멀어질 것이 뻔한 것을 알면서도 때로는 숨고싶고 도망치고 싶을 때가 많다. 작년 여름사역을 마치고 난 후에는 정말 너무 심할정도로 육체와 마음이 무너지면서 번아웃이 찾아왔다. 아름답게 준비한 여름 사역들을 잘 마쳤다는 기쁨과 성취감도 있었지만 그 후에 몰려오는 허탈감과 공허함은 무엇이 원인인지 찾아내기 어려웠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쉼의 시간을 가져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스도인의 숙명'이라는 주제로 설교를 여러번 했었다. 사실은 제목을 '목회자의 숙명'이라고 정하고 싶었다.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마 성도들은 이해하기 어려울거다. 내가 목사로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교회에 대한 생각을 하고 또 성도들의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말이다. 교회의 사역을 마치고 교회 사무실을 나서서 집으로 돌아가도 나는 단 한 순간도 교회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부교역자 였으면 얼마나 편했을까? 그때는 그냥 시키는 것만 하고 주어진 일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빨리 퇴근해서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담임목사로 교회를 섬기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나는 사무실에서 늦은시간까지 집으로 돌아가기가 힘들다. 잠을 자다가도 갑자기 놀라서 깨면서 교회에 대한 근심을 하게 된다. 

 

캐나다와서 지금까지 유어교회를 섬겨오면서 정말 수도 없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억울하고 짜증나고 소리 지르고 싶고 화내고 싶었던 순간들이 너무도 많았다. 지독한 외로움과 공허함과 쓸쓸함이 느껴질 때가 많았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서 혼자 끙끙 앓으며 신음한 시간들이 많았다. 그때마다 나는 참아야 했다. 그게 뭘 참은거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 본래 성격과 성질에 비하면 나는 죽어라 이빨을 꽉 깨물고 참아왔다. 해명하려 하지도 않았고 설명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기도하며 예수님만 바라보는데에 집중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하나님께서 일하시고 그분의 방법과 뜻대로 모든 것을 정리 해주셨다. 이렇게 예수님께 집중하며 기도하는 것이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목회가 힘들 때마다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하며 물어봤다. "주님, 저는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합니까?" 하나님께서 대답 해주셨다. "내가 너를 부른 그 자리에서 그냥 머물러 있기만 하면 된다." 정말 맞는 말이다. 나는 다시 주님과의 깊은 교제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예수님께서 홀로 외롭게 쓸쓸하게 십자가에 돌아가신 그 장면을 떠올려 본다. 나의 죄와 허물을 대신하기 위해 죽으신 그분의 사랑과 희생을 생각해본다. 나도 그 길을 따르기로 결단했고, 또 이 자리에 나를 불러주셨다. 그래서 나도 때로 외롭고 쓸쓸해도 이 부르심의 자리에서 도망가지 않을거다.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의 능력은 모든 것을 극복하게 하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