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o./Pastor's Column

우린 평범한 사람

YKCC 2019. 7. 30. 07:56

사람들은 흔히 종교지도자 들에게 굉장히 높은 수준의 기준과 잣대를 가지고 평가를 내립니다. 목사인 저도 피해갈 수 없는 평가를 늘 받고 살아갑니다. 목사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된다. 목사님이 너무 하셨다. 이런 평가와 같이 저는 관계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피해를 입히는 그런 사람입니다. 제가 이 글을 적는 이유는 저는 누군가가 원하는 모습의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전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저만의 언어로는 '인간미'라는 단어를 씁니다. 저는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입니다. 지금부터 제가 어떤 사람인지 한 번 적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아내와 차안에서 소리를 크게 내며 다투었습니다. 의견 충돌이 있었고, 여러가지로 몸도 마음도 조금 지쳤습니다. 어제 주일에는 유초등부 설교를 하는 도중에, 제 아들의 떠드는 모습과 예의 없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순간 흥분했고, 혼을 냈습니다. 저에게 예의없게 말하거나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면전에서는 못하니까 집에 오거나 혼자 있는 시간에 막 욕을 하기도 합니다. 어느 날은 조금 컨디션이 안좋았는데, 중고등학생 때에 가래침을 모아서 멀리 뱉었던 것처럼 해보았습니다. 오늘은 사무실에 앉아있다가 음악이 듣고 싶어서 가수 이수님의 레전드 곡 몇곡을 들으며 감탄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지난 주 설교 중에는 여러분은 들어본적도 없는 가수인 딘과 키드밀리와 창모를 예를 들어서 이야기 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딘의 음악을 정말 좋아합니다. 어느날은 중고차량 사이트를 검색 해보았습니다. 지금은 돈이 없어서 후지고 싼 중고차를 타고 다니지만, 돈이 생긴다면 차 부터 바꾸고 싶습니다. 인피니티 세단 모델과 SUV 모델을 검색 해봅니다. 얼마전 검색어가 뜨길래 눌러보니 Sport Car 라고 제가 검색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타는 차 외에도 개인적으로 드라이브 할 수 있는 차를 한대 사고 싶습니다. 캐나다에 살다보니 보트도 검색해보고, 섬머 코테지는 얼마나 하는지도 검색 해봅니다. 

 

저는 이 외에도 그냥 30대의 아빠로서, 때로는 30대의 젊은이로서 살아가는 모습들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어떻습니까? 당신의 기준에는 굉장히 거룩하지 못한 더러운 죄인의 모습으로 비춰지시나요?? 저런 모습을 가진 목사는 나의 목사님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꽤 오래전부터 저희 아내가 종종 해오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당신 언제까지 목회할거야?" 저에게는 기분이 나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픈 그런 말입니다. 남편으로서 가장으로서 한번도 아내와 자녀들에게 안정된 삶을 제공 해준 적이 없습니다. 지난 10여년간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사명'이라는 멋있는 말로 수도 없이 이사를 했습니다. 캐나다에 와서도 여전히 그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래서 나름 뼈있는 대답으로 "50에 은퇴할거야"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13년만 더 하면 목회 안해도 된다고 생각하니 막 가슴이 시원해집니다 ㅋㅋㅋ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네요.

 

한국 사람은 수직적인 바운더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직적인 바운더리란 한국 사람들 가슴속에 깊이 박혀있는 유교적 사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교회는 그래서 유교적 기독교의 모습이 참 많이 있습니다. 이 기준과 사상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고 판단하게 되는 것입니다.

 

목사인 저도 아내인 사모도 이 높은 수준의 기준과 평가를 피해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아내도 점점 더 외로워 지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남편이 목사인 것 때문에 아내는 다른 사람들과 평범하게 어울리거나 살아갈 수 없다는 게 더 마음이 아픕니다. 그냥 우리는 평범하고 별 볼일 없는 사람들입니다. 누군가가 이 글을 본다면 이 세상의 목사와 사모도 당신과 동일한 인간임을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꽤 오래전에 선배 목사님이 바쁘게 운전을 하는 와중에 난폭하게 운전하며 끼어드는 운전자에게 화가 나서 창문을 내리고 가운데 손가락을 드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목사가 자질이 없어도 저렇게 없을 수 있나? 저런 너무 심했네. 뭐 이런 생각을 했을까요? 아닙니다. 너무 재밌고 웃겨서 크게 웃었습니다. 그 분에게 엄청난 '인간미'가 느껴졌습니다.

 

절대 오해는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저의 미성숙한 평범한 모습을 정당화 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저는 미성숙함은 복음을 통해서 조금씩 다듬어져 가고 있고, 이미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일하고 계신다는 뜻입니다. 

 

당신은 누군가를 평가내리고 정죄하기 이전에, 그 사람과 함께 하시는 위대하시고 완벽하신 하나님을 신뢰하시면 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믿는 복음이 모든 것을 온전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나의 어떠함이 특별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복음의 능력이 특별하고 대단한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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